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스피노자의 말대로 외적 원인에 휘말리고 동요할 때, 글을 쓰고 있으면 물살이 단단해졌고 사고가 말랑해졌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줄 한 줄 폴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후련했다. p.9
무엇에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가 어디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법이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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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해야겠다.'
요 근래 머리속이 복잡했다. 추상적으로 요약해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문제 속에서 나는 회피하기 급급했고 그 결과 더 불행하게 되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그 다짐을 어기기도 수십 번 끝에 다시 한번 마음잡은 다짐은 글을 쓰는 일이다.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글로 옮기고 나면 비교적 단순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꾸준히 나의 생각을 옮겨적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도 하고 다시 곱씹어 보고 기억해 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우선 기억나는대로 죽 쓰다 보면 의식의 흐름처럼 정신없고 의미 없는 글이 될 뿐이었다. 그래도 이 또한 경험이고 내가 성숙한 글을 쓰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웹페이지에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몇 개의 비공개 글을 작성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졌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어느 날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사실 글쓰기의 정도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내 글을 더 나처럼 쓸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차분이 이 책을 읽으며 내 글의 문제점 몇가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발전적인 글쓰기를 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배웠다
더 솔직해져야겠다. 글을 쓰다보면 나의 지인이 봤을 때 실망할 만한 나의 생각을 발견하곤 한다. 혹은 글을 다 쓰고 이 글을 내 친족 혹은 내 친구가 보면 부끄럽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보단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표현으로 에둘러 쓰곤 했다. 이런 글이 과연 좋은 글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실천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러한 마음이 내 글을 타인의 시선에 더 가두는 것 같다
글을 공개해야겠다. 나의 웹페이지에 대부분의 글은 비공개이다. 일기에 가깝다. 그래서 발전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공개하는 글을 쓰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는 충고는 새겨듣게 되었다.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 내 삶은 고정된 몇가지 일정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매너리즘을 느낀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지만 그들을 닮기 위한 노력은 적다.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내 생각을 곱씹어 보았다. 의미 없이 관성적으로 움직이던 행동을 곱씹어보고 집에 와서 생각해 보고 글로 옮겨보았다. 그 글의 완성도를 떠나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썼다. 글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좋은 글감을 찾는 방법을 익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기록하고 글로 옮겨보는 것,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 보기도 내 마음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다. 더 열심히 쓸 것이다. 더 열심히 생각 할 것이다. 내 글이 머리를 정리해 주었으면 한다